드디어 김연아의 새로운 쇼트 프로그램 "박쥐"가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세계의 모든 피겨 팬들이 기다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김연아 선수의 새로운 시즌. 그 첫 경기는 중국에서 열렸고 대한민국의 피겨팬들은 인터넷으로 러시아 방송을 통해 그 장면을 생방송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아마 일본 아사히 방송으로 본 사람들도 꽤 있을거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방송 및 언론계에서 피겨 스케이팅이야 우선 순위가 한참 떨어지는 대접을 받는 종목이니 이 얘기는 나중에 또 투덜대도록 하자. ^^
 
지난 시즌 월드에서의 록산느 탱고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완벽한 연기를 기대했을 분들이 많았고 나 역시도 그랬지만 아쉽게도 실수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긴장한 표정이 보였고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티나게 긴장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지라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채 드디어 "박쥐"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잠깐 김연아 선수의 점프에 대해 얘기를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김연아 선수의 점프는 현재 여자 선수들 중 최고다. 한마디로 피겨 점프의 교과서고 주니어때도 워낙 잘 뛰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니, 점프하면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가 최고 아니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 알고 계시는거다.
 
일본 방송에서 기술의 마오, 표현력의 김연아라는 컨셉으로 방송을 내보낸 것을 피겨에는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피겨에 무지한 언론과 방송이 그대로 받아적어 내보낸 것을 그대로 믿고 계시니 안타까울 뿐이다. 김연아의 점프는 현재 세계 최고고 이에 도전할만한 선수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정도인 상태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이니 얼마든지 반박하셔도 됩니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이라고 물으신다면 성공률도 일단 낮고 설사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도 현재 마오가 러츠 점프를 규정대로 뛰지 않아서 감점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김연아가 실수없이 경기를 마쳤을 때 마오가 김연아를 앞서기는 힘들다. 심판이 공정하고 서로 실수없이 경기를 한다면 현재 상태에서 마오는 김연아를 이길 수 없다는게 내 결론. 물론 러츠 점프 및 비비기(규정대로라면 공중에 뜬 상태로 3회전을 돌아야하지만 발이 바닥에 붙은 상태로 반바퀴 내지 그 이상을 돈 상태로 점프하는 것을 말한다)를 교정하고 나와서 트리플 악셀까지 성공한 마오라면 꽤나 강력한 상대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교정될거라면 왜 아직도 변화가 없을까? 그러니, 일본에서 김연아를 무서워하는거다. 기술 최강에 표현력도 최강, 거기에 타고난 아름다움까지.
 
마오에 대한 비판과 김연아에 대한 오해에 관한 얘기는 이쯤해두고 이제 김연아의 새로운 프로그램 "박쥐"를 보도록 하자. 일본의 아사히 방송이다. 해설은 일본에서 했지만 화면은 중국에서 잡아준 것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 구도가 안좋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기를 바란다.
 
 
 
인터뷰에서도 나오듯이 가장 중요한 점프를 실수했지만 그래도 이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잘 했다.
 
박쥐에 대한 느낌은 역시 이전의 록산느 탱고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 (당연하지만;;) 탱고와 왈츠의 차이라고나 할까, 딱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시즌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월드 대회 정도에서는 그야말로 몸에 딱 붙는 박쥐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수정하는 지금은 이미 프리 스케이팅까지 끝난 시점이라 "미스 사이공"에 대한 느낌도 정리해보자. 쇼트 프로그램에서 3-3 을 놓쳤고 다른 선수들도 엄청나게 넘어지는 걸 감안해서인지 프리에서 김연아 선수는 꽤나 조심스럽게 탄다는 인상이었다. 웬지 좀 더 자잘한 안무가 있을 것도 같은데 약간 생략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정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약간씩 조정하는건 예전에도 그래왔으니까.
 
스케이팅에 심취해서 탄다기보다는 약간의 냉정을 유지한 상태로 깨끗하게 경기를 마치는 쪽으로 집중한 느낌. 시즌 첫 경기이고 일단은 1위를 해서 안정적으로 파이널에 진출하는게 중요하니까 그런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내 상상이다.
 
어쨌거나 결과는 1위. 러츠 하나 넘어가고 스텝도 레벨 1 받은 것에 비하면 점수도 양호. 롱 프로그램에서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건 매우 기쁜일이다. 다음 러시아 대회에서는 이번에 못보여준 것들을 다 보여주기를 바란다.
 
 
사족:
그런데, 미스 사이공의 음악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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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9일 09:44 작성했던 글입니다. 예전 쓰던 블로그가 문을 닫아서 글을 하나씩 옮기고 있는 중...
Posted by 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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